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한밭영상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장애인은 왜 두번, 세번 차별 받는가?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9 작성일자 2026.06.15 장애인은 왜 두번, 세번 차별 받는가? 복합차별과 다중차별, 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15 11:15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문화향유권, 정보접근권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역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그 양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단순히 장애라는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애인은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성별, 연령, 빈곤, 지역, 국적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결합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인권 분야에서는 다중차별(Multiple Discrimination)과 복합차별(Intersectional Discrimin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장애인은 대표적인 다중차별, 복합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다중차별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차별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각각의 차별을 중첩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장애여성은 장애로 인한 차별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성차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 고령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불이익과 연령에 따른 차별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차별 요인이 한 사람에게 중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다중차별이다. 반면 복합차별은 여러 차별 요인이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법학자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교차성은 개인이 가진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형태의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장애인 영역에서 이러한 복합차별과 다중차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여성의 고용 문제이다. 기업이 장애인 채용에서는 남성 장애인을 선호하고, 여성 채용에서는 비장애 여성을 우선시하는 경우 장애여성은 어느 영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장애여성은 성폭력과 학대의 위험에 있어서도 비장애 여성과 다른 취약성을 경험한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돌봄에 대한 의존성, 사회적 고립이 결합되면서 장애여성만이 경험하는 특수한 형태의 폭력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차별이나 성차별이라는 개별 개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고령장애인의 디지털 소외 역시 복합차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늘날 사회는 금융, 의료, 행정, 교통, 소비활동 등 대부분의 영역이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병원 예약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루어지며, 정부 민원 역시 온라인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를 사용해야 하고, 철도 승차권 역시 모바일로 예매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기능적 제약과 노화로 인한 인지적·신체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각장애가 있는 노인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읽기 어렵고, 청각장애 노인은 음성 안내 중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지체장애 노인은 터치 기반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학습 기회의 부족까지 더해진다. 결국 고령장애인은 일반 노인이나 일반 장애인보다 훨씬 심각한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의 문제 역시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참여와 시민권 행사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주장애인과 빈곤장애인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이주장애인은 장애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국적과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까지 경험할 수 있다. 빈곤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장애로 인한 제약이 결합되어 교육과 취업, 문화생활 전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 접근성의 한계까지 더해진다. 이처럼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은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개별적인 차별금지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법률이 구분하는 범주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장애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그것이 장애 때문인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혹은 장애여성이기 때문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고령장애인의 디지털 배제 역시 장애차별과 연령차별을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논의되는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Comprehensive Anti-Discrimination Act)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장애,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종교 등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특히 여러 차별 사유가 동시에 작용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많은 인권 선진국들은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영국(United Kingdom)은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통해 장애, 성별, 연령, 인종 등을 통합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 평등 증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Canada)는 교차성 관점을 인권정책 전반에 반영하여 장애여성, 원주민 장애인, 이주장애인 등 복합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Germany)은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을 통해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ropean Union) 또한 교차성을 현대 평등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유엔(United Nations)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대한민국에 대해 여러 차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장애인 인권을 단순히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보여준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특혜가 아니듯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이 특혜가 아니듯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역시 민주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복합차별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장애여성, 고령장애인, 이주장애인, 빈곤장애인 등 다양한 집단이 경험하는 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애인 역시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시민이며, 지역사회와 국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한 인권국가는 차별을 경험한 사람에게 차별의 원인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설계하는 사회이다. 장애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혹은 그러한 조건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그것이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인권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다음 목록
장애인은 왜 두번, 세번 차별 받는가?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9 작성일자 2026.06.15 장애인은 왜 두번, 세번 차별 받는가? 복합차별과 다중차별, 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15 11:15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문화향유권, 정보접근권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역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바라보려는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그 양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단순히 장애라는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애인은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성별, 연령, 빈곤, 지역, 국적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과 결합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인권 분야에서는 다중차별(Multiple Discrimination)과 복합차별(Intersectional Discrimin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장애인은 대표적인 다중차별, 복합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다중차별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차별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각각의 차별을 중첩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장애여성은 장애로 인한 차별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성차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 고령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불이익과 연령에 따른 차별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차별 요인이 한 사람에게 중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다중차별이다. 반면 복합차별은 여러 차별 요인이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법학자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교차성은 개인이 가진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형태의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장애인 영역에서 이러한 복합차별과 다중차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여성의 고용 문제이다. 기업이 장애인 채용에서는 남성 장애인을 선호하고, 여성 채용에서는 비장애 여성을 우선시하는 경우 장애여성은 어느 영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장애여성은 성폭력과 학대의 위험에 있어서도 비장애 여성과 다른 취약성을 경험한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돌봄에 대한 의존성, 사회적 고립이 결합되면서 장애여성만이 경험하는 특수한 형태의 폭력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차별이나 성차별이라는 개별 개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고령장애인의 디지털 소외 역시 복합차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늘날 사회는 금융, 의료, 행정, 교통, 소비활동 등 대부분의 영역이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병원 예약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루어지며, 정부 민원 역시 온라인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를 사용해야 하고, 철도 승차권 역시 모바일로 예매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기능적 제약과 노화로 인한 인지적·신체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각장애가 있는 노인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읽기 어렵고, 청각장애 노인은 음성 안내 중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지체장애 노인은 터치 기반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학습 기회의 부족까지 더해진다. 결국 고령장애인은 일반 노인이나 일반 장애인보다 훨씬 심각한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의 문제 역시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참여와 시민권 행사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주장애인과 빈곤장애인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이주장애인은 장애에 대한 편견뿐 아니라 국적과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까지 경험할 수 있다. 빈곤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장애로 인한 제약이 결합되어 교육과 취업, 문화생활 전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 접근성의 한계까지 더해진다. 이처럼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은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개별적인 차별금지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법률이 구분하는 범주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장애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그것이 장애 때문인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혹은 장애여성이기 때문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고령장애인의 디지털 배제 역시 장애차별과 연령차별을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논의되는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Comprehensive Anti-Discrimination Act)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장애,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종교 등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특히 여러 차별 사유가 동시에 작용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많은 인권 선진국들은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영국(United Kingdom)은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통해 장애, 성별, 연령, 인종 등을 통합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 평등 증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Canada)는 교차성 관점을 인권정책 전반에 반영하여 장애여성, 원주민 장애인, 이주장애인 등 복합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Germany)은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을 통해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ropean Union) 또한 교차성을 현대 평등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유엔(United Nations)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대한민국에 대해 여러 차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장애인 인권을 단순히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보여준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특혜가 아니듯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이 특혜가 아니듯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역시 민주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복합차별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장애여성, 고령장애인, 이주장애인, 빈곤장애인 등 다양한 집단이 경험하는 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애인 역시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시민이며, 지역사회와 국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한 인권국가는 차별을 경험한 사람에게 차별의 원인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설계하는 사회이다. 장애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혹은 그러한 조건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그것이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인권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