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 작년 여름부터 시내버스에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부산 최초 베르사유 건축상 수상’ 언젠가 한 번 가보려고 생각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탔는데 무심코 쳐다본 광고판이 ‘부산 최초 베르사유 건축상 수상’이었다.

uploaded_6a2f593cf0c9e.jpg ‘부산 최초 베르사유 건축상 수상’ 지하철 광고판. ⓒ이복남

필자는 토요일마다 파크골프 공을 치러 가므로 우리 회원 몇 명에게 일요일에 세븐아일랜드에 가보자고 했다. 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가보고 싶다고 했지만, 가다가 점심을 먹어야 하므로 두리발(부산장애인콜택시)을 이용하기가 마땅찮아서 파크골프 사강빼수님에게 차량 봉사를 요청했다.

일요일 오전 사강빼수님 차에 4명이 타고 가덕도로 향했다. 예전에는 배로 다녔지만 다리가 있어 교통은 편리한 편이지만 가덕도는 부산의 외딴섬 같은 곳이다.

세븐아일랜드는 카페이므로 가덕도 안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1시쯤 도착했다. 세븐아일랜드는 해안 도로를 따라 바닷가 절벽 위에 있었다. 주차장은 넓은 것 같은데 만차여서 들어갈 수 없었다. 사강빼수님 차는 장애인 차량이 아니라서 지나쳐 갔다가 10분쯤 후에 다시 돌아왔더니 자리가 있었다. 주차장은 넓었고 주차 관리인도 몇 명이나 있었다.

uploaded_6a2f593d4a602.jpg 세븐아일랜드주차장. ⓒ이복남

베르사유건축상(Prix Versailles)은 2015년 시작된 국제 건축상으로, 유네스코(UNESCO)와 프랑스 문화부 후원 아래 매년 전 세계의 우수한 건축·디자인을 선정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수여되는 베르사유상은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립된 심사 위원단이 매장, 호텔, 식당 건축 등의 세계적인 상으로, 제롬 구아뎅이 창시하였다.

가덕도에 있는 세븐아일랜드(가덕해안로 560)가 2025년도 세계적 건축상인 베르사유상(Prix Versailles)을 수상하였다. 세븐아일랜드 카페는 바다와 자연을 살린 자연친화적인 설계라서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선정되었다고 했다.

uploaded_6a2f593d72767.jpg 세븐아일랜드 입구. ⓒ이복남

세븐아일랜드는 가덕도 앞바다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섬에서 영감을 받아 각 동이 서로 다른 섬을 향하도록 배치되었다고 한다. 부산일보 기사에 의하면 김지휴 공동대표는 “부산은 바다라는 굉장한 자연을 가진 도시잖아요. 그 바다와 함께 건축과 디자인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했어요.”라고 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설계 철학으로 좌석 높이 낮추기, 절벽 나무 살리기 등을 강조했다.

베르사유건축상을 받은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레스토랑 ‘세븐아일랜드’에 들어선 첫인상은 어마어마하게 큰 카페라는 것, 그래서 주차장에 차들도 만차고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uploaded_6a2f593deaa33.jpg 입구에 진열된 베이커리. ⓒ이복남

요즘 대부분의 카페나 레스토랑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빵도 비싸고 커피도 비싸다. 커피 등 음료수도 5~6천 원 이상이고 빵도 7~8천 원 이상이지만 그 가격은 이미 알고 왔기에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세븐아일랜드는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공간이라니 누구에게 아름다운 공간일까. 세븐아일랜드는 3층 건물이고 엘리베이터는 있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복도를 지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곳은 전부 계단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같이 간 제오종 씨는 지팡이와 계단 손잡이로 어렵게 어렵게 한걸음씩 이동은 가능했지만, 베르사유건축상이 이래도 되는 것일까.

uploaded_6a2f593d1927f.jpg 이동 동선은 전부 계단이었다. ⓒ이복남

세븐아일랜드 카페가 이렇게 생겼을 줄이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베르사유건축상이라는 세계적인 건축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잘 되어 있을 줄 기대했기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 일행 중에 시각장애인은 없었지만 들어오는 입구에 점자블록이 하나 있었으나 다른 곳에 점자블록이나 점자 안내판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건축상을 받았다고 해서 벼르고 별러 갔는데 정작 장애인에게는 갈 수 없는 나라이고 그림의 떡이라니 상대적으로 그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3층이지만 아래로 바다 가까이까지 경사면이 있어 층수는 훨씬 더 높은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장애인이 무슨 수로 저 바닷가까지 내려갈 수 있단 말인가.

uploaded_6a2f593d89aa7.jpg 아래로 내려가는 층층 계단. ⓒ이복남

베르사유건축상은 혁신성, 창의성, 지역 문화유산의 반영, 생태적 효율,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공성, 종합적 조화 등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리고 건축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심사에 참여해 ‘아름다움’을 다층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베르사유건축상 심사 기준이 얼마나 미학적이고 친환경적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가치 기준에 장애인의 편의시설은 아예 없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모두를 위한 보편적 설계라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나 무장애 설계라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가 대두되고 있는데 베르사유건축상은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세븐아일랜드는 2025년에 베르사유건축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최근에 지었을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73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건물의 접근성 관련 법률이 처음 제정되었고, 배리어프리는 1974년 유엔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은 1997년 4월 10일에 제정되어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다.

세븐아일랜드는 유니버설디자인이나 배리어프리는 물론이고 한국의 「장애인등편의법」도 아랑곳하지 않는 특권층이라는 말일까.

“자연친화적”이란 자연을 살리기 위해 인간 특히 장애인을 배제하는 건축이 과연 진정한 친환경적이란 말인가?

uploaded_6a2f593dbed93.jpg 다른 층으로 가려면 전부 계단이다. ⓒ이복남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니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는 배짱일까. 세븐아일랜드의 동선 구조는 정말이지 어이는 최악이었다. 엘리베이터는 그 층만 평지이고 여기서 위로 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곳은 전부 계단을 거쳐야만 하게 만든 구조와 경사면은 장애인의 이동 동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상이라면 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외관이 아름답고 상을 받은 건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건물이라면 훌륭한 건축이라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레스토랑'일 것이다.

uploaded_6a2f593dd44cc.jpg 컵을 놓을 데가 없는 정수기. ⓒ이복남

그리고 필자도 미처 몰랐던 것 하나, 필자가 파크골프를 하면서 회원들과 고기 집에 회식하러 가면 가위질을 잘 못하는 장애인이 더러 있다. 한 손밖에 없어서.

세븐아일랜드에서 필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제오종 씨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물 좀 마시려고. 계단 옆에 정수기는 있었는데 컵을 놓을 데가 없어서 한 손으로 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같이 컵 받침대 없는 정수기가 있다는 것을 필자도 처음 알았다.

베르사유건축상 그리고 세븐아일랜드는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이며, 우리 사회 절대다수가 비장애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씁쓸함을 안겨 준 것 같다.

다수가 감탄하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소수의 평등한 접근권을 배제하면서까지 추구되어야 하는가? 모두가 동등하게 즐기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이나 배리어프리가 특별한 배려가 아닌 당연한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