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loaded_69c09582701e4.png AI생성 이미지. ©김양희

【에이블뉴스 김양희 칼럼니스트】최근 생후 4개월 된 한 아기가 친모의 학대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에 나온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작은 생명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가정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기본적인 보호자이자 생명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믿음이 무너지는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며 한편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바로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삶이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이의 치료와 재활, 교육, 경제적 부담, 사회적 편견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따라온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때로는 자신의 삶 전체를 재구성하며 아이를 지켜낸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하루는 대부분 ‘전전긍긍’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아이가 아프지는 않은지, 학교나 시설에서 차별을 받지는 않는지, 치료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늘 걱정한다. 병원 예약과 재활 치료 일정은 생활의 중심이 되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큰 기쁨이 된다. 어떤 부모는 직장을 포기하고 돌봄에 전념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아이의 권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삶은 흔히 ‘희생’으로 묘사되지만, 많은 부모들은 그것을 단순한 희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아이는 부담이 아니라 ‘지켜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는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부모라는 관계는 그 존재를 끝까지 책임지는 관계라는 인식이 강하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종종 ‘버티는 사랑’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아이가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싸우고,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랑이다. 때로는 세상의 시선과 제도적 한계를 마주하면서도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는 사랑이기도 하다.

이런 부모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그들은 아이를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갈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아이가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그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고,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정상적인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아동 부모들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이기도 하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태도다. 많은 부모들이 장애 인식 개선 활동이나 권리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장애아동을 키우는 모든 부모가 항상 강하고 헌신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지치고 흔들리며 때로는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돌봄 지원, 교육 지원, 치료 접근성, 차별 없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모의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부모의 헌신을 미담으로만 소비하는 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다. 많은 장애아동 부모들이 아이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돌봄과 책임을 받아들이며, 그 과정 속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간다.

생후 4개월 아기의 죽음은 우리에게 부모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부모는 단지 아이를 낳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책임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삶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떤 생명은 너무 쉽게 버려지지만, 어떤 생명은 끝까지 지켜진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에서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른다. 생명은 조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그 가장 단순하지만 깊은 진실을, 장애아동을 키우는 수많은 부모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증명하고 있다.